Workplace

첫 직장의 기억

riverbend 2022. 11. 16. 13:59

1년 전 입사한 팀 막내가
어제 입사 1주년이 되었다.
시간은 너무나도 빨리 흘렀다.
생각보다 너무 잘 적응하고
일도 꼼꼼히 잘 처리한다.
똑똑하다.

요금 말하는 MZ세대
그런 것은 잘 모르겠다.
그냥 기특하다.

문득 나의 첫 직장을 돌이켜 보면,
난 참 자신감이 없었고,
자존감도 없었다.

졸업 후 거의 1년을 취업 못하고

간신히 들어간 첫 직장에서
난 모든 것이 어렵고 서툴렀다.
전화 응대를 하고
메모를 남기는 것조차
내겐 버거웠다.

50여 명의 회사에서
이것저것 할 것은 많았지만
제대로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었고
모든 것을 '알아서', '잘' 해야 했다.

그래도 1년 동안은
회사라는 조직에 소속되어 있고
월급이라는 돈을 손에 쥘 수 있음에
감사했다.

시간이 지날수록
회사엔 퇴사하는 사람이 많아졌고
기획에 마케팅, 해외사업, 인사/총무
실무까지 해야 했고 너무 정신이 없었다.
그래도 늦은 밤 퇴근하면서
무언가를 했다는 것 자체로 뿌듯함을 느꼈다.

시간이 지나면서 목도하게 되는
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되면서
난 다른 생각을 하게 된 거 같다.

조직의 비효율성,
실적 감소로 인한 동료들의 퇴사,
동료 퇴사로 나에게 쏟아진 업무들,
사람에 대한 불신과 실망감,
짜증스러운 동료들.

앞길이 보이지 않던 갑갑함
그때 흘려 쓴 메모에는


'설사도 변비가 되는 하루'


라고 쓰여 있었다.

'설사도 변비가 되는 하루'


특별히 잘하는 게 없고
당장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할
용기와 자신도 없는 막연한 상황

뭔가 돌파구가 필요했었다.

결국엔 입사 4년 되던 해
영업까지 업무를 맡게 되었을 때
떠날 결심을 굳혔고
결국
첫 직장을 떠났다.

불확실한 미래에 대해
새로운 도전이라는
용기를 내어 떠난
그때의 나를
다시 보았으면 한다.

지금 겁쟁이가 된
나를 벗어 내고
그때의 나처럼

다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.